1. 사건의 경위
① 사해행위에 대하여
사해행위(詐害行爲)는 채무자가 아직 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권자에게 불이익이 될 것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로,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도 않고 자신의 재산을 소멸시키는 행위입니다. 이때 채권자는 그 재산처분행위의 취소를 구할 수 있고,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할 경우에 그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해행위로 인한 법률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수익자 또는 전득자) 또한 보호를 해주어야 하므로, 사해행위는 제3자가 ‘채권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임을 몰랐다’는, 즉 제3자의 ‘선의’가 있다면 제3자가 채권자에 대해 사해행위 취소 주장에 대해 항변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 판례에서는 “수익자의 악의는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 즉 사해행위의 객관적 요건을 구비하였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고,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법률행위가 객관적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수익자의 악의가 추정되므로, 수익자 스스로가 선의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제3자인 수익자는 자신이 스스로 선의였음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② 사건의 경위
A씨는 ◯◯캐피탈로부터 원금 1350만원을 대출을 받았지만, 갚지 못하던 중, 2012년에 ◯◯대부업체가 ◯◯캐피탈로부터 A씨의 1350만원의 채권을 양수받았습니다. 이후 ◯◯대부업체는 A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2015. 7.경에 승소하였고, A씨는 ◯◯대부업체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6.경 A씨의 부친이 사망하자, A씨를 포함한 5명의 자녀들이 사망한 부친의 유일한 재산이자, 망인이 사망 전까지 살고있었던 망인 소유의 주택(토지 포함)에 대하여, 망인의 부인이자 A씨의 모친인 B씨에게, 5명의 자녀들의 상속지분을 포기하기로 합의하고, B씨의 단독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됩니다.
이 사실을 파악한 ◯◯대부업체에서는 A씨가 채권자인 ◯◯대부업체의 채권확보 및 집행을 면하기 위해 사망한 부친의 주택에 대한 자신의 상속지분을 포기하여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이고,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등기를 경료한 B씨는 악의의 수익자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부업체는 B씨를 상대로 B씨가 등기를 마친 “주택(토지 포함)의 지분에 관하여 2016년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계약은 18,267,667원의 한도 내에서 이를 취소하고, B씨는 ◯◯대부업체에 18,267,667원을 지급하라”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참고로, A씨가 ◯◯대부업체에 갚아야할 금액은 대략 6300만원, B씨 소유 주택의 감정평가 금액은 118,739,840원, A씨 부친 사망으로 B씨가 가지는 상속지분은 2/13, 따라서 118,739,840 × 2/13 = 18,267,667(소수점 제외), 즉 ◯◯대부업체는 A씨가 사해행위로써 포기한 주택에 대한 자신의 상속지분액 18,267,667원을 B씨에게 요구한 것이었습니다(당시, 이 사건 주택에 대해 B씨가 농협에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등기의 말소나 채무자 지분만큼의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을 구할 수 없었음).
2. 우리측(피고, 의뢰인)의 대응
난데없이 소송장을 받아 본 B씨는 우리측에 사건을 의뢰하였습니다. 우리측은 A씨가 갚아야할 채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B씨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수익자의 선의), B씨와 A를 포함한 5자녀들의 상속재산이 이 사건 주택 밖에 없었다는 점, 이 사건 주택은 B씨와 사망한 남편이 고생해서 형성한 재산이었다는 점, 부부 중의 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 대체로 그 자녀들은 자신들의 상속지분을 포기하고 생존하는 한 부모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관례가 있다는 점등을 강조하며 항변하였습니다.
3. 재판의 결과
이 사건의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내려 피고인 B씨가 전부 승소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와의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처분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경위, 그 처분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여부, 그 처분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과 변론 전체 취지 등을 종합하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상속재산분할협의로 인하여 A의 채권자인 원고(◯◯대부업체)에 대하여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긴다는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한 집에서 함께 거주하다가 일방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는 경우 자녀들이 남은 배우자, 즉 자신들의 부친 또는 모친에게 상속재산 협의분할의 형태로 주택에 대한 상속분을 이전하는 사례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② A가 포기한 상속재산의 가액이 특별히 고액이라고 보이지 아니하며, 이 사건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다른 상속재산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③ 상속재산분할협의 당시 A뿐만 아니라 다른 자녀들도 자신의 법정 상속분을 포기하였으므로, A의 상속지분 포기는 특별히 원고 등 일반채권자를 의식한 행위로 비춰지지 않는다”라고 주문의 이유를 밝혔습니다.